일본 답사_교토박물관_160415

4월 15일 금요일 
오늘 아침은 오사카 역 근처에서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를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일본 여행은 4월이 괜찮습니다. 
쾌적합니다.

아침 9시에는 답사 일정이 있습니다.
동행이 있는 여행지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아침시간이 어울립니다.

늘 하던 아침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일찌감치 산보를 나오면 여행지 사람들의 아침일상을 볼 수 있습니다.

조금은 들떠 움직이는 저녁의 시간과는 달리
차분하고 하루를 신선함이 있습니다. 








오늘 여행의 시작은
쿄토 국립 박물관입니다.
2014년에 지어진 헤세이 지신관(平成知新館) 은 일본의 원로 건축가인 '다니구치 요시오'씨가 설계하였습니다.  
약 12,000점의 수장품이 있다고 하니 그 규모도 대단합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선불교 특별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박물관 입구에 도착하자 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건축물입니다. 

도착하고자 하는 곳까지 이어지는 매개체들인 물과 기둥, 지붕이 낮설지 않게 발걸음을 돕는 곳이었습니다. 
전시실과 전시실을 연결하는 구성이라든가
실루엣을 넘어 보여지는 불상과 전시품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을 받게 하였습니다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가운데 하나인
종교건축물의 설법전과 법당의 의미를 이곳 일본에서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조각품 가운데 부처님의 십대제자가 눈에 보였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읽으면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살다갔는지 다시 되세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없기에
잠시 스케치를 하였습니다 

불상 전시를 하기 위해 큐레이터와 관련자들은
어떤 고민을 하였을지 노고가 느껴집니다. 그 수고에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박물관이었지만 전시된 곳은
법당과 설법전으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 입니다.
그러니 박물관의 설계자들에게도 동업인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좋은 건축물로 우리들이
새로운 영감을 얻도록 도와 주었기 때문입니다
1시간 가량 아주 천천히 걸으며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박물관 1층에서는
Zen garden을 담은 두툼한 책을 한 권 사고
향내가 제법 괜찮은 저렴한 향을 두 종류 3통을 샀습니다. 왠지 횡재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래전 대만 국립박물관에서 산 열쇄 고리가 아직도 사용 될 만큼 품질이 좋았기에
이곳에서 산 향도 기대가 됩니다.

일본 민화 가운데 동물들의 민화가 많은데
그 중에 토끼들이 숲속 동물들의 몸을 닦아주는 재미난 그림이 있어 그것도 하나 샀습니다.
벌써부터 집 어디에 걸어놓을지 액자로 사용할
뒷판은 무엇으로 할지 상상중입니다.

건축을 시작한 이후로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모으는 일은 여전합니다. 
특히 낮선 물건이 있으면 그냥지나치지 못하게 됩니다.
건축가라는 직업은
호기심을 시작으로 무엇인가를 믿고, 이해하고, 쓰임이 있도록
실현해 내는 직업 같습니다. 

박물관에 올 수 있어 감사합니다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
교토 국립박물관 길 맞은편에 있는 ‘산주산겐도’에도 다녀왔습니다.

 
33칸의 건물이라는 뜻입니다.
제사나 행사때만 들어갈 수 있는 정면의 출입구 대신에 관람객은 신발을 벗고
측면으로 들어가서 천불의 관음보살상과
본존불 그리고 진리를 수호하는 신장들에게 예배 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제게
종교건축물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불교를 통해 마음 공부를 오래전부터 하고 있기도 하지만
나와 동료들이 만들어가는 모든 건축물이
사람들에게 깊은 영성을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 앞에 보여지고 느끼는 모든 것은
거울과 같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한 분 한 분의 보살상 얼굴이 제각각 인 것 역시
그와 같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우리나라의 종묘건축물 처럼 장엄한 곳입니다.
일본 특유의 건축적 양식인 공포와 덧문, 깊은 마루 구조까지 인상깊은 장소임에 분명합니다.

답사 일행들과
처음으로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현장 김소장의 재롱으로 즐거운 사진찍기였습니다.




청수사 ( 清水기요미즈테라)는 물이 맑은 절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답사를 이끄시는 도미 교수님은 본당의 지붕선을 눈여겨 보라고 하였습니다   
히와다부키라고 해서 노송나무 껍질을 이어붙여 만든 지붕입니다.
 70년 이상 된 노송나무의 껍질만 벗겨 만든다고 합니다. 
히와다부키의 역사가 1300년이 넘었다고 하니 시간의 깊이만큼이나 자부심도 클 것 같습니다. 

청수사는 아내와도 한 번 와본 적이 있는 곳입니다.
15년이 넘은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아내와 여행을 할 때는 사진을 많이 담아 왔다면
이번 답사에서는 느낌을 더 많이 담아 왔다고 할까요.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는 대신에
법당 한켠에 앉아
기둥에 등을 댄채로 한 동안
앉아 종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나도 종을 쳐보고 싶은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편안히 앉아 명상을 하는 나를 관광객이 사진에 담고 있었습니다.
가끔은 나도 누군가의 포그커스가 됨을 알겠네요

종을
한 번치고 절하고
한 번 치고 2배하고
한 번 치고 3배를 하였습니다.
모두 세번 종을 울렸습니다.
아직도 머리맡에 울리는 종의 공명이 청수사를 기억하게 할 것입니다




고다이지(高台寺)

차를 마시러 간곳은
고치사 라는
청수사에서는 약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이곳에 일본의 차 문화의 시작이 되는 두채의 정자가 있어요. 약 500년 된 곳인데 이곳우로 부터 차 마시는 정자가 시작이 된 곳입니다.

"한 번 보세요
차를 마시러 들어가는 문이 이렇게 작아요
차를 마시는 순간에는 사무라이들도 칼을 놓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 순간에는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도미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입니다. 

차를 마시는 곳이라
평소와는 다르게
그 표현이 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두채의 고옥을 구석 구석 살피고
우리도 말차를 마시러 왔습니다.

단 찹쌀떡을 먼저 먹고
녹차가루로 된 말차를 마셨습니다.
좋았습니다.

차방 넘머로 보이는
정원이 더 잘 느껴지는 차맛입니다.

한 잔 더 마실 수 있냐는 질문을 하였더니
돈을 더 내면 된다고 하여
여러사람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저녁은 코비즈에서 대접하기로 하였습니다
여향 내내 즐거운 식사와 메뉴였지만
역시 일본 답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스시라고 합니다.

오늘 점심은 120년 된 곳에서 먹었으니
저녁은 200년 이상된 스시집이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모두가 푸하하 합니다.

스시집에도 사람들이 줄을서서 기다렸습니다.
분위기 잡고
격식에 맞춘 곳이라기 보다는
우리동네 단골식당 같은 곳이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14명이 각각 먹곳 싶은 스시를
벅어서 14장의 종이를 전달했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혼자 앉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기 맛을 잘 모르는
저도 맛있게 먹을 정도로 신선하고 풍미가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맛있다 한 마디에 더 맛이 있어집니다.

답사일행들 모두 원 없이 맛있게
먹었다고 하니
그저 고마울 따름 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 다면 이번 답사구성원이 한 번 정도는 함께
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미 몇 사람은 같이 일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밤사이 늦은 시간까지 술을 한 잔 더 한
일행들도
밝은 모습으로
쿄토행 전철을 탔습니다.

쿄토까지 이동하는 동안 토미교수님과
의견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코비즈가 걸어가고 있는 길
생활 디자인
생활하는 건축이 일본에서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지
1920년대 고베 대지진
전쟁
최근의 후쿠시마 사고까지
고비와 시련마다
일본의 건축가들이 어떤 변화의 기로에 서야만 했는지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관심있게 듣게 되는 내용은
일본 건축의 계보입니다.
일본은 계보가 있고
그 계보에 따라 후배들이 뜻을 이어간다는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코비즈는 지금 어떤 계보를 이어가는 것일까요?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겸서아빠와
한참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화두 중에 하나가
계보에 관한 것입니다.

"우린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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